전체 글104 고래(천명관)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 한국 작가 중에 하루키만큼 글을 재미있게 쓰는 작가가 없나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보다가 누군가가 "천명관의 고래가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해서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었다. 전자책이다 보니 실물 책의 두께를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짐작하기에 페이지가 꽤나 될 것 같았다. 각설하고, 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들처럼 이 책을 평가하자면"양념의 범벅입니다. 너무 지나치게 양념이 많이 들어갔어요. 재료가 중심이 아니라 양념이 중심이 되고, 맛은 자극적이지만 영양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해요. 기본 요리실력은 괜찮은데 절제와 성찰의 미가 부족하네요."여기서 양념이란 외설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진 않으나(포르노가 지루할 리 없지) 강간, 강간, 또 강간, 동성섹스.. 2024. 11. 18. 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 Petite Philosophie de La Mer 작년 이맘때쯤인가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 광고를 여러 번 봤다. 오직 AI님만이 아실, 내게 광고가 뜬 알고리듬이 있었겠지만 이 책을 사고 싶은 유혹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한 세미나장에서 이벤트 선물로 이 책을 받았다. 뭐지, 이것은? AI님의 계시인가? 내 돈 주고 산 책이 아니라 그런지 1년 가까이 책장 한편에 꽂아만 두고 읽지를 않았다. 그러다 어제 문득 심심해서 손에 들었다. 책이 참 예쁘게 생겼다. 밤색의 표지색깔, 명조체의 단정한 폰트, 적당한 두께, 가벼운 종이질감… 창문모양으로 파인 겉표지 안쪽에 바다그림의 속표지가 노출되어 책 자체가 하나의 바다풍경 그림 같다. 아… 하지만 책 내용은 표지만큼 인상적이.. 2024. 7. 26. 누군가의 오리온 여느 때처럼 새벽 5시 10분 알람에 눈을 떴다. 살아오면서 수 천 번을 반복했지만 아침에 깨어나 이불을 벗어나는 일은 힘들다. 6시 수영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5시 20분까지는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이불 안에서 이불 밖까지는 불과 0.5m 거리지만 10분 안에 주파하기가(?) 쉽지 않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불 밖으로 나와 스마트 폰으로 오늘 날씨를 본다. 영하 9도. 더 나가기 싫어진다. 수영장 주차장이 건물 안에만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 주차장에서 수영장 건물까지는 2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영하 9도라니! 밤 사이 긴급 문자가 온 게 있다. "북구에서 실종된 오이온씨를 찾습니다. 나이 26세. 키 180cm..." 며칠에 한 번 정도 받는 긴급문자이고 해서 별로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2024. 1. 12. 사춘기의 시작과 끝에 관하여 어제 갑자기 날씨가 무더워졌다. 마치 7월 같은 더위였다. 저녁엔 배달의 민족으로 비빔냉면을 시켜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망고빙수까지 주문해 먹었다. 그제야 조금 시원해지는 듯했지만,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니 열대야처럼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아 결국 에어컨을 켰다. 덥다고 짜증 내던 아내와 아들은 그제야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5월에 에어컨이라니...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이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무더운 여름이 오면 지나간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은 생각나지 않고 어서 추위가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막상 살을 에는 추위가 찾아오면 여름의 끈적거림과 숨 막히는 열기 따위는 까맣게 잊은 채 엄혹한 동장군이 물러가기만을 기다리겠지. 언제나 지나고 나서야 과거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인간의 숙명인 .. 2023. 5. 22. 이전 1 2 3 4 5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