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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르)

by 바쁜하루 2024. 7. 26.

모든 삶은 흐른다
Petite Philosophie de La Mer

작년 이맘때쯤인가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 광고를 여러 번 봤다. 오직 AI님만이 아실, 내게 광고가 뜬 알고리듬이 있었겠지만 이 책을 사고 싶은 유혹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한 세미나장에서 이벤트 선물로 이 책을 받았다. 뭐지, 이것은? AI님의 계시인가?
내 돈 주고 산 책이 아니라 그런지 1년 가까이 책장 한편에 꽂아만 두고 읽지를 않았다. 그러다 어제 문득 심심해서 손에 들었다.
책이 참 예쁘게 생겼다. 밤색의 표지색깔, 명조체의 단정한 폰트, 적당한 두께, 가벼운 종이질감… 창문모양으로 파인 겉표지 안쪽에 바다그림의 속표지가 노출되어 책 자체가 하나의 바다풍경 그림 같다.
아… 하지만 책 내용은 표지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문장 호흡이 짧아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는데 감동적인 묘사도, 공감 가는 내용도 없이 평범하고 진부한 문장들이 끝없이 나열되었다. 잔잔한 파도 영상을 TV로 몇 시간째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읽다 보니 글쓴이 스스로도 글 쓰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만 '사르가소'라는 제목의 에세이는 기억에 남는다. 사르가소해는 북대서양 버뮤다섬 주위의 해역인데 바람이 없고 해류가 정체되어 수면을 해조류(스페인어로 사르가조)가 잔뜩 뒤덮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콜럼버스 시대에 범선들이 많이 조난을 당했다. 작가는 사르가소의 바다는 우리 삶에 비유하자면 후회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곳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 뒤 돌아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글을 읽으며 만약 사르가소에서 조선의 배가 조난을 당했다면 그들은 미역국을 먹으며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다. 사르가소가 남해에 있었다면 아마 해조류가 남아나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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