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8 Mood blindness 사람의 망막에는 색을 감지하는 세포, 일명 원추세포라고 하는 것이 세 종류 있다. 각각 적색, 녹색, 청색을 감지한다. 빛이 망막에 닿는 순간 각각의 세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사람은 다양한 색을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빛이 적색과 청색의 세포를 자극하면 보라색을 인식하고, 빛이 적색과 녹색 원추세포를 자극하면 노란색으로 인식한다. 색맹(Color blindness)은 원추세포 중 한 종류 이상이 제 기능을 못할 때 나타는 증상인데, 제일 흔한 것은 녹색 원추세포의 이상이고 이 때는 녹색 계통의 색을 적색 또는 청색과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만약 녹색과 청색 원추세포에 동시에 이상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이 온통 붉은색으로만 보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정서 상태가 무척 무미건조해졌다고.. 2026. 10. 19. 소슬바람 불면 가슴 한 켠 시린 소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높은 가을 하늘 아래서 달리기를 했던 순간이 불현듯 떠오른다. 요즘에는 가을 운동회를 하는지 모르겠다. 수학여행도 없어지고 소풍도 없어지는 시대라 운동회도 없어지지 않았나 싶은데 그렇게 하나 둘 없어지고 나면 학창 시절에 뭐가 추억으로 남을지 안타깝기도 하다.6명이 달리면 3등까지만 상을 줬는데 나는 언제나 3등 아니면 4등이라 매번 뛰기 전에 긴장했다. 3등을 해서 공책 한 권이라도 받으면 그날은 하루 종일 의기양양했지만 4등을 해서 빈손이 되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럴 때는 한껏 풀이 죽어 있다가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 도시락을 먹으면 기운이 좀 났다. 매스게임은 운동회가 있기 몇 주 전부터 체육시간마다 연습했다. 어떤 해는 인간 피라미드를 쌓았다가 “와”.. 2026. 10. 18.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안똔 빠블로비치 체호프) 처음 체호프의 단편집을 읽었을 때는 왜 그가 단편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헨리처럼 멋진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츠제럴드처럼 로맨틱하지도 않았다. 뭔가 어두침침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글도 많았고,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 같지도 않은데 슬그머니 끝나버리는 작품들도 많아서 "뭐야. 이거. 이대로 끝난 건가?" 하며 어안이 벙벙할 때도 있었다. 다만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는 작품만큼은 그 어정쩡한 마무리(?)가 무척이나 깊고 큰 여운을 남겨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구로프라는 바람둥이 남자가 얄타라는 해변 휴양지에서 젊은 부인과 사랑을 나눈다. 몇 주간 연인 관계로 지내다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남자는 그 여자를 쉽게 잊을 거라 생각한다.. 2026. 8. 22. 타조의 비상(飛上) 내가 D 정신병원에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원래 요양원이던 곳이 정신병원으로 인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환자들의 증상이 여느 병원의 환자들 보다 심한 편이었다. 요양원으로 운영되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정신과 촉탁의가 외부에서 방문하여 진료를 하긴 했지만, 진료 시간은 짧은데 수백 명의 환자를 처방하다 보니 개개인에 맞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입원한지 10년이 넘고 증상이 심각한데도 여전히 부족한 약물 용량으로 투약 중인 환자들도 꽤 있었다. 물론 그런 정신분열병 환자들에게 고용량의 약물을 투여한다고 해서 증상이 100% 조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열에 한 명이라도 적절한 투약으로 환청과 망상을 벗어날 수 있다면 시간과 .. 2026. 8. 18. 이전 1 2 3 4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