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ephen King. 2002. On writing. "유혹하는 글쓰기". 김진준 역. 김영사. 2002.
완독일: 2020. 7. 29.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이다.
글쓰기를 만약 격투기에 비유한다면, 스티븐 킹은 청소년 시절부터 길거리 주먹다짐을 하며 싸움의 기본기를 익혔고, 성인이 된 후에는 뒷골목 도장깨기를 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정상을 향해 올라간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태권도 품세 태극 1장 앞 찌르기, 옆차기 등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스티븐 킹은 아니었다.
‘플롯 따위는 필요 없다’, ‘주제는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며, 스토리는 마치 화석을 발굴하듯이,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간은 야매같은, 좋게 말하면 경험적이고 실용적인 내용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지만 이는 마치 마이클 펠프스가 ‘유혹하는 수영하기’라는 책을 내면서, ‘팔 꺾기는 중요하지 않다’, ‘자세는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스피드는 마치 상어가 먹잇감을 향해 돌진하듯이, 앞을 향해 있는 힘껏 헤엄치면 자연스럽게 상승한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무나 펠프스의 기록을 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같은 범인들이 새겨들을만한 대목은 킹이 연간 70~80권 정도의 소설책을 읽으며, 매일 2000 단어(A4 10페이지) 분량을 꾸준히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인 듯 하다. 그렇게 하다보면 결국 뮤즈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 쓰기가 얼마나 외로운 작업인지에 대해 스티븐 킹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소설을 쓴다는 것, 특히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은 외롭고 힘겨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욕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일과 비슷하다.”
반쯤은 자서전, 반쯤은 글쓰기 강의라 할 수 있는 구성이었는데, 읽으면서 유용하다 싶은 내용도 있었으나, 건더기에 비해 국물이 지나치게 많다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간은 적당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첫 1/3에 해당하는 그의 미니 자서전 부분(“이력서”)에는 스티븐 킹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관한 얘기가 담겨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 부분이 책의 어떤 부분보다도 좋았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아마 이 부분을 읽기 위해서일 것이다. 거기서 몇 문장을 발췌한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네덜란드인들이 제방을 쌓는 심정으로 변명을 준비한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설사병에 걸린 사람에게 똥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나는 흥정을 했다. 그것이 중독자들의 버릇이니까. 나는 매혹적이었다. 그것이 중독자들의 특징이니까.”
“내가 술을 마시던 시절 중에서 마지막 5년 동안은 밤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냉장고에 맥주가 남아 있으면 모조리 싱크대에 쏟아 버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은 맥주 깡통들이 누워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고, 결국 다시 일어나 한 개를 더 마셔야 했다. 그리고 또 한 개. 그리고 한 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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