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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김상곤 장관의 교육제도 개편에 관한 단상

by 바쁜하루 2017. 7. 12.

최근 교육부장관이 새로 임명되면서 교육제도 개편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중고생 자녀가 없다보니 입시평가 관련해서 크게 관심은 없지만, 출근길 라디오에서 김상곤 장관후보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수능과 내신을 앞으로 절대평가화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정상화 된다는 주장이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 어째서 사교육 감소와 공교육 정상화로 이어지는지 하는 부분이다. 

상대평가를 하면 1등급인 아이들의 비중을 일정하게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서 5%라고 하면) 하던 것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몇 배로(예를 들어 20%로) 높일 수 있으니 원래 내신 2, 3등급을 받던 아이들까지 1등급을 받게 되므로 이 아이들이 굳이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인건지? 다시 말해 공부를 지금처럼 열심히 안해도 지금보다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에 돈을 쓰지 않아도(혹은 덜 써도) 된다는 뜻인지? 


아마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 있고, 사실 또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위와 같은 논리라면 너무나 터무니 없고 말도 안되기 때문이다.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은 입학생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해야 하나?

결국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선발하게 될텐데 내신과 수능이 아무리 쉬워져도 결국 학생들은 본고사에 대비한 공부를 해야 하므로 위의 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만약 대학별 본고사를 보지 못하게 강제하고, 고교 내신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고교 내신평가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개인적 도덕성과 판단력을 100% 믿기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평가에 주관성이 많이 개입할 수록, 그리고 평가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분명 그 속에는 비양심적인 평가자도 포함될 확률이 높아져서 학생들이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할 확률이 커지게 된다. 누구건 중고등학교 때 싸이코같은 선생님을 한 두 번 이상 만나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머리에 사과를 얹은 채 그 자가 던지는 다트화살 앞에 서있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사람에 의한 객관적인 공정한 평가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어쩌면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학생의 인생을 결정하는 평가를 수 십명의 개인(중고교 6년간 평가를 담당할 선생님들)들이 개별적으로 하도록 맡긴다는 것은 너무나 불안하다. 공정성이 보장되도록 학생평가를 위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의 과정과 그 근거에 대해 학생 본인과 학부모들에게 100% 정보개방을 해줘도 공정성이 담보될까 말까한 일이다.  


지금 교육부장관의 주장은 (학생 인생을 좌지우지할 권한의 칼자루를 쥐게 될) 중고교 선생님들의 권위와 자존감을 높이고, 학생들의 복종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중고교 6년 생활을 지금과는 다른 양상의 지옥으로 만들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물론 지금 학생들의 삶 또한 지옥이지만). 

 

근본적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게끔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어떤 입시 정책도 무의미하다.   

고등학교 졸업생 100명 중 2명은 왕족이 되고(연소득 1억원 이상), 12명은 귀족이 되고(연소득 4000만원-1억원), 38명은 평민이 되고(연소득 1000만원-4000만원), 48명은 노비가 되는(연소득 1000만원 이하) 현 상황에 변함이 없다면 평가방법을 어떻게 하더라도 중고교 6년 동안 아이들은 목숨을 건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8734.html). 


현시대 우리나라에서 교육과정은 교육(education)의 기능보다는 지적 능력에 따른 사회계층 분류작업의 기능이 훨씬 강하다. 사회계층이 엄연히 존재하는 마당에 사회계층 상승의 욕구를 억제할 방법은 없다. 결국 해결책은 지나치게 격차가 커져버린 사회계층에 대해 사회적 시스템의 개선과 부의 재분배를 통해 격차를 완화하는 방법 뿐이다.  


교육부장관이라면 학교 안의 현실 뿐 아니라 학교 밖의 현실까지도 포괄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춘 개혁을 함께 논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개혁의 주치의라는 자가 암환자에서 항암치료 얘기는 안하고, 그저 통증 조절을 위한 몰핀 처방만 얘기하고 있으니...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인사에 한 번도 아쉬움을 느낀 적이 없었지만,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 대해서는 출발도 하기 전에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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