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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소한 꿈들

by 바쁜하루 2021. 8. 18.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펜 드로잉을 멋지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 부럽다. 펜 드로잉이 아니어도 색연필 그림이건, 일러스트 건 보기 좋게 그려 내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연습해서 저렇게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사진을 잘 찍어서 차곡차곡 모아둔 블로그를 보면 부럽고,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 부럽고, 미디 프로그램으로 작곡을 하는 사람들도 부럽다. 

수천 권의 독서 평론을 올려놓은 이들의 블로그도 부럽다. 나도 이 블로그에 몇 권의 독서평을 올려놓긴 했으나 이 정도로는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CNN 뉴스를 직청직해하는 사람들도 부럽고, 영어 원서로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올리는 사람들도 부럽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부러운데, 이건 아내가 고양이를 지독히 싫어해서 이젠 마음을 접었다. 

아무튼 이런 여러 가지 꿈들을 갖기 시작한 건 20대 시절부터이지만, '언젠가는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늘 꿈으로만 간직하다 보니 어느새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어떤 하나의 분야를 제대로 성취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꾸준히 노력해야 할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년이 되어 은퇴할 때까지 이 중 몇 가지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슬슬 불안해진다. 그동안 너무 게으름을 부렸다 싶기도 하고... 막연히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실천을 위한 노력은 해오지 않았던 것 같아 후회스럽기도 하다. 

소싯적 여러 가지 꿈 중에 이룬 것이 있다면 '자유형으로 멈추지 않고 수영장 20바퀴 돌기' 정도일까? 아참, 자력()으로 큐브 6면 모두 맞추기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한 수많은 소싯적 꿈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 

- 소설집 혹은 수필집 하나 내 이름으로 출간하기

- 펜 드로잉 혹은 색연필 삽화 능숙해지기 / 그래서 내 책에 직접 삽화 넣기

- 동서양 역사 관련 책들 반복해서 읽고, 필요할 때 언제든 술안주로 꺼내 말할 수 있기

- 영어회화 유창하게 하기 / CNN 직청직해 / 영어로 소설 읽기

- 전공분야와 관련된 지식 더 많이 습득하기 / 그걸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썰 풀기

- 클래식 소품 피아노곡 연주 (드뷔시의 달빛 등)

- 타로점 볼 줄 알기 / 그걸로 사람들에게 선택과 인생에 관해 말하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펜 드로잉을 제법 그리려면 매주 3-4시간 정도씩 몇 년간 꾸준히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려면 하루에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챙겨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최근에 빠져있던 컴퓨터 게임인 Crusade Kings 3을 하느라 지난 3개월 동안 쓴 시간이 150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이면 매주 3시간씩 1년간 무언가에 투자한 것과 맞먹는 시간이다. 그러면 결국 이 모든 것이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게임하듯이 열심히만 한다면 위의 목표 대부분을 10년 내에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내게 이런 취미생활은 늙어서도 할 수 있으니 은퇴 후에 하면 안 되냐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배움에도 시기가 있는 법이라 조금이라도 뇌세포가 건강할 때 해야 빨리 배우고, 능숙해지기 용이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생은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인데 이런 일들을 굳이 노년기로 미루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다른 시간을 줄여서라도, 내 인생의 꿈들을 좇아가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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