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졸립고 무료하여 Stan Getz의 곡을 찾아서 들었다.
It never entered my mind란 곡을 듣는데, 어느 대목에선가 뒷목의 뻣뻣한 긴장감이 풀리는 듯 하면서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들이 쉬고, 다시 한 번 내뱉었다. 마치 오페라에 나오는 듯한 현악기들의 은은한 화음속에 낭만적인 색소폰의 음색이 나를 잠깐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준 듯한 느낌이었다. Desafinado나 Girl from Ipanema를 들을 때는 언제나 야자수 그늘 아래 열대의 섬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 곡을 듣는 내내 나는 강바람이 불어오는 유람선 위에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간주와 마지막에 들리는 하프소리인지 기타소리인지 모를 띵띵거리는 음색도 좋았다.
아... 역시 예술의 힘은 위대하구나. 때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선물해 주곤 한다.
혹시 다른 연주자의 곡들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여 구글링해보니 마일즈 데이비드의 곡이 유튜브에 떠 있었는데, 트럼펫과 색소폰으로 연주한 각각의 버전 모두 스탄 겟츠의 곡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스탄 겟츠가 확실히 말랑말랑하고 따사로운 반면 마일즈 데이비드는 홀로 선 나무같은 쓸쓸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곡 만큼은 난 스탄 겟츠에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