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바둑판 세트 구입

바쁜하루 2011. 5. 11. 13:36

얼마전 바둑판 세트를 구입했다. 싸게 구입하자면 일 이만원에 바둑판과 바둑돌까지 구할 수 있지만, 기왕에 바둑공부 시작한 거 좋은 바둑용품으로 하면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큰 맘 먹고 거금을 투자하여 구입하였다.

한 달정도 인터넷으로 이 제품 저 제품을 살펴보다가 최종적으로 구매한 제품은 한일바둑상사의 신비자 2.4호 춘급세트.
신비자 2.4호 바둑판과 신비자 바둑알 통, 봉황특호 돌까지 모두 한 세트였다. 그 중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봉황특호 돌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판은 싸구려 판에서 둘 수 있지만, 바둑돌은 두껍하니 무게감이 있는 녀석이어야 한다고 항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봉황특호돌은 형제 36호에 해당하는 치수로 두께 10.4mm 짜리이며 기성이라는 바둑돌 외에 가장 두꺼운 돌이다.  

직접 서초동 한일바둑을 방문했다. 직접 보니 전반적으로 고급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세트였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신비자 바둑판의 윗면과 옆면으로 엷은 노랑색의 도료가 칠해져 있는 점이었다. 직원에게 왜 도료가 칠해져 있는지 물어보자 도료가 아니라 나무 원색이라고 하였으나, 다리 달린 신비자 바둑판과 색상이 확인히 다른 것을 봐서는 분명히 도료가 칠해진 것인데, 직원이 잘 모르는게 아닌가 싶었다. 아마도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3조각, 4조각 짜리 쪽판을 합쳐서 판을 제작하다보니 접착한 부분을 살짝 가리기 위해 도료를 바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멀리까지 찾아갔으니 되돌아오기도 그렇고 하여 구입하게 되었고, 간 김에 현현각양지에서 나온 기경중묘 5권세트도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판을 풀어놓고 보니 그럭저럭 폼도 나고 매끈하니 잘생긴 바둑판이다. 그래서 이번엔 직접 돌을 놓아 보는데, 이번엔 바둑돌이 신경쓰였다. 돌을 아무리 조심스레 놓아도 평균 1-2초 정도는 흔들리는 편이어서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간혹 바둑돌 중에 납작한 편으로 생긴 녀석들은 착수 후 이내 안정이 되지만, 개중에 위아랫면이 많이 볼록한 녀석들은 흔들림이 3-4초간 지속되어서 정신이 산만해졌다. 아... 이럴수가. 분명히 한 달을 웹서핑하며 "봉황특호석- 프로기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바둑돌"이란 정보를 듣고 구입하였더니, 바둑알 하나하나 생김새는 예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볼 때 흔들림이 심해 바둑두는 데는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이다. 인터넷을 다시 뒤져보니 나처럼 봉황특호석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우들이 여럿 있었다.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기원에서 많이 쓰는 것은 장석 1호 혹은 장석 2호라고 한다.

바둑TV를 보면 대국자들이 착점하고 손을 때면 바둑돌의 흔들림이 거의 없다. 참고로 바둑TV 사이트 게시판을 보니 바둑TV에서 쓰는 것은 한일바둑 향백 2호 바둑판과 대합기석 35호라고 한다. 대합기석 35호의 두께는 9.8mm. 이 6mm의 차이가 흔들림을 줄여준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조개돌은 가격이 비싸니 만큼, 가공할 때 흔들림이 적도록 위아래 면을 좀 더 납작하게 가공하는게 아닐까 싶다. 

10년 후 쯤 바둑판 업그레이드 할때는 돈모아서 조개 바둑돌을 사야겠다고 다짐. 
그 때까지는 봉황특호돌을 흔들림없이 놓는 연습을 피나게 해야겠다. 

그나저나 기경중묘는 왜 이리 어려운 건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