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바쁜하루 2024. 12. 26. 10:43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 1편에서 소개된 책이다. 유시민은 이 책을 10번 정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된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처음 읽으려 시도했을 때는 머리말 부분을 읽다가 졸려서 덮었다. 세 번 정도 다시 시도했으나 머리말을 넘어가기 힘들었다. 원문 자체가 만연체인 것 같은데, 번역 과정에서 어순이나 수식 관계가 복잡해져 난해한 구절이 많았다. 머리말을  포기하고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부터 읽기 시작했더니 한결 나았다. 

책의 내용은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제3장 개별성-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 '제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제5장 현실 적용'의 순서인데, 5장은 요약 성격이라 실제 내용은 2, 3, 4장이었다. 각 장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였고,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주장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으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책은 이 시대 대한민국 사람들이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이 책을 펴낸 것이 1851년인데 1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 세상을 이룩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밀은 제4장에서 국가 권한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국가가 결코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시민들에게 특정 방향의 편견을 불어넣으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관심을 기울일 만한 어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추도록 국가가 뒷받침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에 시예산 6억 원을 들여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 많은 시의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감행한 이 조치에 대해 시민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그러나 홍시장은 동상 주위에 CCTV를 증설하고 심지어 이 추위에 공무원들을 불침번까지 세우며 동상을 지키고 있다. 홍시장은 박정희가 공도 있고 과도 있으니 공을 치하해서 세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상건립은 시민들에게 특정방향의 편견-박정희의 우상화-을 불어넣으려는 시도일 뿐이다. 대구시가 해야 할 일은 박정희의 과오에 대해서도 동등한 비중으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고, 그가 독립군을 때려잡던 일본군의 장교이자, 반헌법적인 쿠데타를 일으켰고, 종신독재를 위해 유신헌법을 제정했으며, 자신의 독재에 항의하는 민주인사들을 고문하고 감금했을 뿐 아니라, 인혁당 재건 조작사건과 같은 악랄한 방법으로 사형시켜 버렸다는 것도 함께 알려야 한다. 홍준표는 지금의 박정희 동상 옆에 일본 군복을 입은 박정희, 민주시민을 탄압하는 박정희의 동상도 세우고, 더불어 인혁당 재건사건으로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들의 동상도 함께 세워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