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와인, 차
몬테스 알파 카버네 쇼비뇽
바쁜하루
2022. 6. 22. 22:46
Montes Alpha Carbernet Sauvignon
제조사: 몬테스
원산국: 칠레
7.5%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나라에 와인 붐이 인 것은 2002년 월드컵 무렵이었다. 그 당시에 월드컵 조추첨 와인으로 바로 이 '몬테스 알파'가 선정되어 너도 나도 와인바에 가면 이 와인을 마셨고, 얼마 후엔 히딩크 와인 '샤토 딸보'가 인기를, 그리고 얼마 후엔 '1865'가 18홀을 65타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인기를 끌었다.
마셔본 지 몇 년 된 것 같은데, 오늘 마트에 갔다가 문득 와인이 생각 나 한 병 사 왔다. 집에 와서 와인을 따다가 이 더운 날씨에 왜 맥주가 아닌 와인을 사 왔을까 후회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후였다.
34도의 무더위 속에 겨우 코르크 따기를 끝내고 잠시 산화의 시간을 가진 후에 시음을 시작했다. 내게 이 맛은 너무나 익숙한, 바로 레드와인 그 자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와인으로 와인을 시작했고, 항상 이 와인을 기준으로 다른 와인을 비교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강한 과일향과 묵직한 바디감, 적당한 단 맛. 뒤에 남겨진 탄닌의 여운…
함께 늙어가는 친구같은 와인이랄까? 이 녀석만 보면 2002년의 뜨겁던 여름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걸 피할 수 없다. 그 많던 붉은 악마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함께 와인을 마시던 그 처자들은… 쩝.
몬테스 알파가 좋은 건, 이런 생각을 말없이 글라스에 담아 삼켜버려도 내 앞에 놓인 녀석이 묵묵히 내 맘을 이해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